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개봉: 2009년 2월
상용시간: 166분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 말 미국 뉴올리언스 기차역 준공식 기념으로 '거꾸로 가는 시계'를 설치하게 된다. 미국 남북 최고의 시계공 '개토'의 하나뿐인 아들이 전쟁 중 전사한 뒤 슬프고 애통한 감정을 가득 담아 만든 시계였다. 개토는 이 '거꾸로 가는 시계'를 만들며 전사한 아이들이 시간을 거슬러 돌아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소개한다. 개토의 바람이 이루어진 걸까.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날 '토마스 버튼'의 아기가 태어난다. 그런데 거꾸로 가는 시계 속에서 온 듯 갓 태어난 아기임에도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토마스'는 흉측하게 태어난 아기를 확인하자마자 죽어가는 아내의 마지막 유언도 무시한 채 요양원 앞에 아기를 버린다. 버려진 아기를 발견한 것은 요양원을 운영하는 퀴니였다. 퀴니는 천사 같은 품성으로 버려진 아이에게 '벤자민'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아들로 받아들인다. 벤자민(브래드 피트)이 온전히 특별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건 퀴니 덕분이었다. 노인의 신체로 태어난 벤자민에게 요양원은 최고의 환경이었다. 노인의 신체 특성을 잘 파악하면서도 아기를 원했던 다정한 엄마 퀴니와 유년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벤자민에게 축복이었다. 벤자민은 요양원에서 자라며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한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며 사람의 인생이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닫는다. 성장할수록 벤자민은 점차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요양원에 있던 한 어르신의 손녀 데이지를 만나게 된다. 벤자민은 7살, 데이지는 5살이었는데 벤자민의 겉모습보다 내면을 알아봤던 꼬마였다. 발레리나로 성장하고 있던 데이지와 친구가 되었고 벤자민은 점점 젊음을 되찾아간다. 요양원을 떠나 처음으로 일하며 '마이크'선장을 만나 뱃일을 하게된다. 대서양 곳곳을 항해하던 중 만났던 엘리자베스(틸다 스윈튼)와 가까워지며 사랑을 배우고 대화를 나눈다. 유부녀였던 엘리자베스와 긴 만남을 유지하지 못하지만 훗날 뉴스에 등장한다. 엘리자베스는 벤자민과의 대화를 통해 젊은 시절 이루지 못 했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결국 꿈을 이뤘다는 것을 짧게 보여준다. 벤자민에게 시간은 그저 흐름일 뿐, 살아가면서 늦거나 이른 건 없다는 깨달음을 전했던 것 같다. 한편, 데이지와 꾸준히 연락하며 관계를 이어왔고 청년 시절 각자의 인생을 살며 성장하고 둘의 겉모습이 비슷해질 나이가 되었을 즈음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사랑하며 결혼까지 한다. 그리고 딸 캐롤라인을 낳는다. 하지만 캐롤라인이 첫 생일을 맞이한 뒤 벤자민은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데이지에게 점점 짐이 될 것이기 때문에 벤자민은 전 재산을 남기고 떠난다. 벤자민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살아가고 매년 캐롤라인의 생일, 아버지의 마음을 담아 엽서를 보낸다. 이 엽서에는 주옥 같은 명대사들이 참 많다. 그렇게 수년이 흐르고 어느 날, 데이지를 찾는 연락이 온다. 어느새 어린아이가 되고 치매까지 생긴 벤자민을 데이지가 보살핀다. 5살의 몸이 된 벤자민은 데이지와 한 집에서 여생을 보낸다. 신생아의 모습으로 돌아간 벤자민은 데이지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F.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한 남자의 삶을 차분하게 조명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죽음을 앞둔 데이지(케이트 블란쳇)와 그의 딸 캐롤라인의 대화로 진행되는 내레이션도 인상적이다. 죽어가는 엄마 데이지의 오래된 일기장을 딸 캐롤라인이 읽어주며 '벤자민 버튼'이라는 한 남자의 특별한 삶과 주변 인물의 삶을 서술해가는 방식도 좋았다. 영화 전반에 걸쳐 벌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인간이 삶과 죽음을 무한으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묘사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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